유니콘.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이 된 스타트업을 의미하는 말이다. 미국 실리콘밸리 소재 한국계 스타트업 ‘몰로코’는 최근 시리즈C 투자에서 1억5000만달러, 우리 돈으로 약 1700억원 규모 투자금을 유치하면서 ‘유니콘’ 기업에 진입했다. 현재 기업가치는 15억달러(약 1조7600억원)에 달한다.
창업자는 안익진 대표(42)와 박세혁 CIO(Chief Information Officer·최고기술경영자). 2013년 의기투합해 회사를 설립한 후 8년 만에 작금의 규모로 키워냈다. 안익진 대표에게서 창업, 시행착오, 성장 과정 등을 다각적으로 들어봤다.
몰로코는 111퍼센트의 게임 ‘랜덤 다이스’의 글로벌 진출을 위해 광고 AI 기술을 적극 지원했다. 111퍼센트는 그 덕에 지난해 1400억원이 넘는 매출액을 기록할 수 있었다.
▶구글 박차고 나오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출신 안익진 대표는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유학을 떠났다. 펜실베이니아대 석사를 거쳐 캘리포니아대 컴퓨터과학 박사를 수료했다. 박사 과정을 마친 당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였다. 학위 논문보다 현업에서 일해보자고 생각했다. 그렇게 취업한 회사가 구글이다.
유튜브 광고 알고리즘을 만든 사람
그에게 인생의 전환점이 된 것은 유튜브 팀 합류였다. 지금은 아이들도 5초 기다렸다 넘긴다는 유튜브 광고 알고리즘을 만든 사람이 안 대표다. 그가 유튜브에 가기 전까지만 해도 유튜브는 적자였다.
유튜브의 흑자전환성공
안 대표가 주도한 추천 광고 알고리즘이 들어간 광고 시스템을 도입한 후 유튜브는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 정도면 더 고위직으로의 승진은 당연지사였을 터. 그런데 그는 생각이 좀 달랐다.
“하물며 유튜브도 수익화 때문에 고민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다른 모바일 앱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답답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부분 모바일 기업이 초창기 유튜브와 같은 어려움을 동일하게 겪는다는 것을 알게 됐죠. 이 부분에 기여하면 답이 있겠다 싶었습니다. 실제 광고 머신러닝은 구글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핵심 기술이기 때문에 이것을 외부에 공개하려고 하지 않는데요, 저는 이 기술을 수많은 스타트업에 공급하고, 꼭 풀어야 하는 문제라 봤습니다.
창업결심이유
더 많은 기업이 머신러닝 기술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 성장을 지원하고자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1979년생/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펜실베이니아대 전자공학 석사/ 유튜브 머신러닝 엔지니어/ 구글 안드로이드 팀 기술책임자/ 몰로코 공동창업자 겸 CEO(현)
▶사업, 쉽지 않았다
‘머신러닝 인프라를 통해 모바일 기업 수익화에 도움이 되는 회사를 만들자’며 호기롭게 창업했지만 시장은 만만치 않았다. 아무리 유명 엔지니어로 이름 떨쳤다 해도 그것은 IT 업계 내에서의 수준이었을 뿐. 신생 업체 ‘몰로코’가 아무리 효율적인 광고 머신러닝 기술을 갖고 있다 해도 인지도가 떨어지다 보니 대기업은 다 외면했다.
투자 업계에서도 반응이 썩 좋지 않았다. 안 대표는 “이 분야(모바일 애드테크)에 투자한 이들이 ‘좋은 사업 영역이 아니다, 광고 효율 측정, 구매 전환 등 안 풀리는 문제가 많다’며 투자를 주저하기도 했다”고 당시 사정을 전했다.
그래도 업계 내 실력 있는 개발자로 정평이 나 엔젤 투자는 수월하게 유치했던 반면, 첫 VC(벤처캐피털) 투자를 유치하기까지는 창업 후 3년 정도 걸렸다. 그사이 회사 통장은 빠르게 0에 수렴했다.
“월급을 지급하려면 그 금액만큼의 잔고가 2주 전에는 들어와 있어야 하는데, 한번은 잔고가 없어 투자금이 입금되기만을 기다렸다 밤에 입금이 된 걸 확인한 적도 있었어요. 당시 ‘미안하다’며 손으로 쪽지를 써서 팀원들 책상 위에 올려놓고 하루를 마무리했던 기억이 나네요.”
▶틈새시장을 노렸다
그럼에도 안 대표는 포기하지 않았다.
“혼자 문제를 해결하려는 게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라 생각합니다. 실제 주변에서 이런 실패 사례를 많이 봤습니다. 어려울 때일수록 내외부에 상황을 솔직하게 알리고 문제를 풀어나가려는 태도가 나중에 보니 아주 중요한 것이었음을 알았습니다.”
당시 주변 조언은 ‘대기업 대신 신생 스타트업과 손을 잡아보라’였다. 비슷한 처지인 만큼 빠르게 의사 결정할 수 있고 시행착오를 하더라도 바로바로 조치를 취할 수 있어서다. 스마트폰 시장이 커가는 만큼 IT 기반 모바일 광고 지원 솔루션은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지금까지는 소수의 세계 최고 기술 기업들만 뛰어난 머신러닝 기술의 혜택을 누려왔어요. 많은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은 AI(인공지능)를 활용한 퍼포먼스 마케팅에 대한 정보, 신뢰할 만한 광고 파트너를 찾기 어려워합니다. 대행사를 쓴다 해도 실제 마케팅 예산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기 일쑤죠. 성과 측정 또한 노출, 클릭 수 정도의 수준으로 제공되는 경우도 빈번합니다. 우리는 ‘몰로코 클라우드’라는 솔루션을 제공해 ‘내 광고가 어디에 언제 어떻게 노출’됐는지 확인할 수 있게 투명성을 높였어요. 독점 머신러닝 기술이 있었기에 가능했죠.”
실제 이런 전략으로 많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이제는 글로벌 게임사로 성장한 111퍼센트가 몰로코와 협업해 성공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주력 게임 ‘랜덤다이스’ 글로벌 사업 전개를 위해 몰로코와 손잡은 이후 111퍼센트는 눈부시게 성장했다. 2016년 매출액이 23억원이던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액 1469억원, 영업이익 485억원을 기록했다. 몰로코와 함께 글로벌 광고 도달률, 구매 전환 솔루션을 설계해 국가별로 철저하게 타깃 마케팅을 한 결과다. 광고 효율이 높아지면서 앱 다운로드 수가 증가하고 인앱 결제 금액이 급상승하는 등의 효과가 나타났다.
이처럼 몰로코는 계속해서 숫자로 실력을 증명했다. 글로벌 퍼포먼스 트래킹 툴 제공 업체인 앱스플라이어(AppsFlyer)가 2021년 상반기에 발표한 ‘퍼포먼스 인덱스 XII’에서 리텐션 부문 글로벌 파워랭킹 전체 7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 싱귤러 2021년 ROI 인덱스(Singular ROI Index 2021)에서 광고 네트워크 종합 순위 7위에 오른 것도 이런 맥락이다.
입소문이 나면서 이제는 넷마블, GS샵, 배달의민족 등 국내 대기업은 물론 해외 대형 게임사인 플레이릭스(Playrix) 등을 고객사로 맞이할 수 있게 됐다.
▶유니콘 됐지만 여전히 배고프다
‘주위 사람들과 같이 성장할 수 있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들을 배우는 여정’.
안 대표가 정의하는 창업이다. 그런 점에서 아직 그는 ‘갈 길이 한참 멀었다’고 말한다. 1차 목표는 국내외 증시 상장이다.
“이번 투자를 발판으로 몰로코만의 정교하고 투명한 머신러닝 모델 제공을 전 세계의 다양한 산업 분야로 확장할 겁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고성능 광고 솔루션 개발을 핵심 인재 영입에도 집중할 예정입니다. 더 많은 모바일 비즈니스가 우리의 머신러닝 기술을 통해 데이터의 가치를 극대화시켜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게 하다 보면 몰로코 역시 동반 성장해 있을 겁니다.”
더불어 한국 벤처 생태계에도 기여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그는 “더 많은 한국 기업들이 제품, 서비스, 기술 측면에서 글로벌 차원으로 더 적극적으로 확장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다른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로 진출하는 데 저희가 만든 기술들이나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공유하며 돕고 싶다”고 말했다.
머신러닝기업의 가치
"머신러닝은 정유와도 같아요. 데이터가 원유라면 이를 휘발유로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머신러닝입니다."
최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만난 안익진 몰로코 대표는 머신러닝을 이같이 설명했다. 몰로코는 고객사 데이터를 활용해 온라인 광고 성과를 극대화하는 '애드테크' 기업이다. 광고를 실을 공간을 보유한 플랫폼, 광고주, 광고를 볼 소비자를 연결한다. 이 과정에서 머신러닝을 활용해 소비자가 선호할 만한 광고를 선별해 노출하는 것이 핵심 기술이다.
"사람들은 왜 광고를 싫어할까요. 나랑 상관없는 상품, 내가 싫어하는 이미지, 자꾸 똑같은 광고가 뜨기 때문이죠. 광고는 제대로 연결만 되면 좋은 정보를 접하는 경험이 될 수 있어요." 상당한 광고비를 집행하면서도 성과를 보지 못했던 기업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몰로코를 통한 광고는 월간 40억개 이상 기기에 75억회 이상 노출되고 있다.
근래 들어 아이폰이 애플리케이션(앱) 추적 금지 요청 기능을 넣는 등 모바일 프라이버시 보호 정책이 강화되는 환경은 몰로코엔 악재가 아닐까. 안 대표는 "몰로코엔 오히려 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유저들의 프라이버시를 잘 지키면서도 충분히 좋은 광고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유튜브에서 콘텐츠를 추천해주기 위해 유저의 주민등록번호나 이름을 알 필요는 없거든요. 몰로코는 처음부터 프라이버시 보호를 염두에 두고 기술을 개발했어요."
안 대표는 알파고와 이세돌이 바둑 대국을 한 것이 몰로코 비즈니스 확장에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그는 "대국 이후엔 머신러닝이 전문가를 이길 수 있는 영역이 존재한다는 점을 설명하기에 수월했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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